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그녀에게 나의 글쓰기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생각하면 언제나 낭떠러지 아래를 바라보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나는 벌써 서른한 살이고, 성인이 된 지도 십 년이 넘었고, 그녀가 내 삶을 지연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누구보다도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 정도로 성장했다. 그녀는 그저 그녀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있을 뿐 나를 옥죌 의도가 없고, 나 역시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똑같은 인간에 불과하다. 다만 운이 나빴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며 암이나 곰팡이처럼, 지구의 자전이나 태양의 흑점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주의 현상이다.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자꾸만 그녀가 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인 것만 같았다. 살가죽만 남은 채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지만 그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
— 엄마 있잖아,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입을 뗐는데, 다음 말을 차마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할말이 너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있잖아,
단 한 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내 마음을 짓밟은 것에 대해서. 나를 이런 형태로 낳아놓고, 이런 방식으로 길러놓고, 그런 나를 밀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에, 무지의 세계에 놔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제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알지만, 나는 엄마를, 당신을,
—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 뭘?
— 정말 미안한데, 아마도 영영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 얘가 갑자기 뚱딴지같이 뭔 소리래.